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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도서감상

한국이 싫어서

by 망고래빗 2017. 9. 21.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민음사, 2015

이 소설은 주인공 계나가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떠나는 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계나의 집안은 그리 잘사는 집은 아니다. 다섯 식구가 사는데도 차를 갖고 있지 않아 계나의 부모가 딸을 마중할 때도 계나의 애인인 지명의 도움을 받을 정도니까.

계나는 이민을 생각하기 전에는 은퇴 후 50대가 되면 제주도에서 허름한 아파트를 얻어 자급자족하며 홀로 시간적인 여유를 즐기면서 살다가 60대에 스스로 마감하는 인생을 꿈꿨다. 왜냐하면 나이를 먹으면 이곳저곳이 고장 날 것인데 이 힘든 세상 구차하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그런 마음인 것이다.

계나는 호주에 가기 전 한국에서 종합금융사에서 카드결제를 승인해주는 업무를 했었다. 작가는 카드사의 승인실에서 하는 일을 계나를 통해 재밌게 독자에게 설명해준다.

계나가 이민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직원 회식 때 노래방 뒷풀이에서 팀장이 부른 노래 ‘빙고’의 가사 때문이었다.

틀에 박힌 관념 다 버리고 이제 또 맨 주먹 정신 다시 또 시작하면
나 이루리라 나 바라는대로 지금 내가 있는 이 땅이 너무 좋아
이민 따위 생각한 적도 없었고요 금 같은 시간 아끼고 또 아끼며
나 비상하리라 나 바라는대로...
거북이의 「빙고」 노랫말 중에서


호주 생활 몇 년 후 '빙고'를 부른 가수의 죽음과 자기가 다녔던 회사의 부도소식을 접한다.


왜 이민을 가면 안되지?

소설의 구성은 과거 한국의 에피소드와 현재 호주의 에피소드가 교차하면서 서술되고 있다.

호주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후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의 여유를 즐기던 중 텍사스출신의 엘리의 베이스점프 사건으로 계나는 빈털터리가 된다. 살고 있던 집에서 보증금도 못 받고 퇴거당하며 하숙생들에게도 미리 받은 선금을 환불해줘야만 했다.

유학원 때부터 알게 된 재인에게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재판받을 때나 이사할 때나...


그런 재인이 계나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려 할 때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그건 옛 애인 지명으로부터다.

한국에서 두 달 동안 지명과 동거하면서 계나는 자신의 진로를 생각한다. 지명은 계나가 호주에 가지 않고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랬다.
계나는 지명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읽었던 ‘추위를 싫어한 펭귄’이라는 동화를 이야기 해준다. 펭귄 파블로는 추운 남극이 싫어서 따뜻한 열대지방으로 가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마침내 따뜻한 하와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책 본문 중에서
그리고 계나는 호주로 떠난다. 처음에 떠날 때는 단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번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다.

셰어하우스 운영 중 여행자수표를 잘못 받아서 화폐 위조범으로 몰려 송치되고 재판까지 받는 일을 겪는다. 결국 ‘혐의 없음’으로 풀려나지만 계나에겐 큰 사건이었다. 호주에서 이런 저런 일을 다 겪으면서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호주 시민권을 취득한다.

지명의 결혼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재인과 사귀는 중이다. 호주에서는 작은 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직장도 여러 번 바꿨다. 그러면서 계나는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그녀에게 여전히 한국은 행복해질 수 없는 나라였다.

주인공 계나가 호주로 떠난 이유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그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국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이다.

계나에게 있어서 한국은 비전이 없는 나라였다. 자신이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연예인처럼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며 집은 더더욱 가난했다.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는 젊은 청년들에게 ‘헬조선’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리고 ‘금수저, 흙수저’라는 유행어가 사회를 도배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웃나라 일본처럼 아르바이트로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다.

정부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가장들의 명예퇴직을 권유한다. 한창 일할 3040은 삶의 기반도 마련하기 전에 퇴직을 걱정한다.

젊었을 때 직장을 열심히 다닌 후 퇴직하고도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이다. 퇴직자들이 가장 많이 한다는 요식업도 성공률이 5%이다. 퇴직금으로 대출금으로 창업을 해도 6개월 안에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산더미 같은 빚을 지고 마포대교로 향하거나 서울역으로 향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나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길 은근히 바랬다. 그저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이민을 간 주인공 계나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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