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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도서감상

미치코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by 망고래빗 2017. 9. 18.

미치코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 마스다 미리 저, 박정임 역 / 이봄


수짱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마스다 마리. 난 수짱을 잘 모른다. 수짱시리즈를 읽어본 적이 없다. 마스다의 만화는 처음이다.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할까 하는 마음에 서점에 가서 영어 관련도서를 고르다 말고 만화관련 코너에 가서 우연히 발견한 책. <미치코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


“be동사에서 주저앉은 당신에게”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인가? 


책의 앞장을 펼쳐보았더니 이런 분들에게 권한다는 말이 나온다.

영어에서 손 놓은 지 10년 이상 된 사람, 초짜 입문서는 보기에도 영어실력이 민망한 사람. 기초반이나 입문반 말고 그 밑에 다른 반이 한개 더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 등등 

모두 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왠지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 만화는 쇼핑센터에서 근무하는 40대의 여성 미치코라는 주인공이 영어회화를 다시 공부하려고 가정교사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가정교사는 친구의 남동생인 시마다로 영어전문출판사의 편집자이다. 영어입문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누나의 소개로 미치코를 만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 식탁에 마주 앉아 수업을 진행하는 식으로 이 만화는 전개된다. 


이 책은 일반동사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물론 have나 want같은 동사는 등장하지만 일반동사는 주요내용이 아니다. 이 책에서 주요내용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be동사의 이해이다. 영어로 간단한 자기소개 할 정도??

영어초보자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문제 단수와 복수. 그리고 명사 앞에 붙는 a 와 정관사 the.


영어는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다. 이 책의 저자 미츠다는 일본만화가이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그렸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해가 간다. 그것은 일본어와 한국어가 어순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관적이지만 이 책은 중국에서 출판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be동사의 이해가 아니다. 명사 앞에 붙는 a나 정관사 the는 물론이고 단수와 복수의 이해도 아니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간단하다’는 표현은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배우는 입장에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마다가 be동사는 am, are, is 이며 그 나머지는 모두 일반동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간단하니까 괜찮은 거죠?”라고 미치코에게 묻는다. 여기에 미치코는 대답한다.

“간단한지 아닌지는 선생님이 아니라 제가 정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수업 중에는 ‘간단하죠?’ 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다. 사실 영어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간단하다는 것은 교수자의 입장이지, 학습자의 입장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자는 간단한 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스스로 취급되어 주눅이 들면서 학습능력이 뒤처지는 것이 아닌지 싶다.


이런 대목은 시마다에게도 큰 깨우침을 준다.


‘간단한 지 아닌지는 선생님이 아닌  제가 정하는 것’이라고?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가르치는  사람이 ‘간단하죠?’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가르치는 쪽의 무언가를 시험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책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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