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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노인의 날에 있었던 일

by 망고래빗 2019. 9. 22.

지난 9월 16일은 일본의 '노인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날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노인의 날 잔치를 했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집에 가려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붙잡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술에 취했는지 발개진 얼굴로말입니다.

 

원래 그 할아버지는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 

 

그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일본인은 북해도와 오키나와를 제외하고 본토인들은 옛날에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사람들이라며 일본사람은 한국사람과 DNA가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재일교포들을 보면 친근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지난 2001년에도 지금은 뒷방 늙은이로 물러난 아키히토 상왕도 자신의 모계가 백제 무령왕과 관계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일 관계를 예로 들면서 "일본은 어른스럽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반박하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그 자리에서 그 할아버지와 논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내가 일본에서 살면서 내린 결론 중 하나는, 다른 건 몰라도 민주주의만큼은 일본은 한국에 비해 후진국이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도 귀찮고, 같은 교회 신자인데 왈가왈부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것 같아서요.

그래도 그 할아버지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아베정부가 우익이라서 한일관계가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교회에서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일본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변의 재일교포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한국에는 거의 가본 적이 없는 노인이 일본의 편향된 미디어만 접하다보니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의 편향된 미디어만 접하며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한국의 노인들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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