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어휘에 대한 발음이 고착화되면 고치기 어려운 것 같다.
예를 들자면 ‘경제’를 ‘갱제’로, ‘광주’를 ‘강주’로...
우리 아버지는 김제를 ‘김계’로 발음하셨다. 왜 그렇게 발음하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언젠가 물어봐야지 하면서도 돌아가실 때까지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또 어떤 친구는 중국을 ‘쭝국’이라고 발음한다. ‘중학교’, ‘중학생’은 ‘중’이라고 발음하면서 유독 중국만큼은 ‘쭝국’이라고 한다. 그게 어떤 비하의 의미가 있지는 않다. 그냥 습관이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학교를 자꾸 ‘핵교’라고 발음하길래 ‘학’과 ‘교’를 따로 발음하게 한 후 같이 발음하게 한 적이 종종 있었다. 도로아미타불이었다.
너무 어려 발음이 아직 정착화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기들이 그렇다.
어렸을 때 이웃집 아줌마가 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긴 적이 있었다. 아직 두 발로 걷지 못하는 아기였다. 그 아기는 나에게 자꾸 ‘아빠’라고 했었다. ‘오빠’로 고쳐주기 위해 ‘오’와 ‘빠’를 따로 발음하게 한 후 ‘오빠’라고 알려줬으나 도로 ‘아빠’였다.
꽤 오래 전에 서울대공원에 가서 하마를 구경한 일이 생각난다. 하마의 움직임을 캠코더로 찍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엄마와 아기의 대화가 그대로 녹음이 되어버렸다.
“저기 봐, 하마다, 하마!”
“엄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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